고용은 부정하고 통제는 행사한다

비고용 통제형 노동의 책임구조

시리즈 5/7 · 노동법과 제도설계

플랫폼 노동이나 특수고용을 둘러싼 논쟁은 자주 한 질문으로 압축된다.

이 사람은 근로자인가, 아닌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최저임금, 노동시간, 휴일, 해고 제한 등 여러 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만으로는 현실의 일부가 사라진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도 노동을 조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은 일감 접근을 매개할 수 있다.
단가나 수수료 구조를 정할 수 있다.
배차와 노출을 조정할 수 있다.
평점과 등급을 관리할 수 있다.
계정을 정지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다.
정산방식과 프로모션 조건을 바꿀 수 있다.

고용계약은 없지만 통제는 존재할 수 있다.

반대편에서는 비용과 위험이 개인에게 남는다.

장비를 마련하고, 보험료를 내고, 사고위험을 부담하고, 주문을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고, 수입변동을 감당한다. 특정 플랫폼에서 계정이 정지되면 고객 한 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시장접근 자체가 끊길 수도 있다.

이 구조를 짧게 쓰면 이렇다.

고용은 부정한다.
통제는 행사한다.
비용은 전가한다.
숙련은 흡수한다.
책임은 회피한다.

이런 관계를 비고용 통제형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정의는 단순하다.

고용계약은 없지만 특정 사업자 또는 플랫폼이 노무제공자의 시장접근권, 보수조건, 평판, 배정, 퇴출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노동형태.

이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새로운 이름표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배달기사처럼 직종을 하나씩 열거하고 그때마다 별도의 예외를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중요한 것은 직업명이 아니다.

누가 고객과 일감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을 쥐고 있는가.
누가 단가를 정하는가.
누가 일감을 주거나 끊는가.
누가 평판을 만들고 이전을 막는가.
누가 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가.
비용과 위험은 누가 부담하는가.

이를 시장접근 통제, 보수 통제, 배정 통제, 평판 통제, 퇴출 통제, 비용전가, 정보비대칭, 반복의존성, 소득의존도, 대기구속성 등의 축으로 분해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존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도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 아니다.

기존 특고는 고용계약 밖에서 특정 회사나 영업망에 의존하며 단가·수수료·고객접근권의 영향을 받던 선행형태다. 플랫폼 노동은 그 구조를 앱, 알고리즘, 평점, 계정과 디지털 시장접근으로 더 정교하게 만든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해결책도 반드시 둘 중 하나일 필요는 없다.

근로자로 인정한다.
아니면 아무 보호도 하지 않는다.

이 이분법 사이에는 여러 층의 책임을 설계할 수 있다.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계약조건 설명, 보수명세, 지급지연 방지 같은 최소권리를 줄 수 있다.

특정 사업자가 시장접근, 보수, 배정, 평판, 퇴출을 강하게 통제한다면 비용전가 제한, 계정정지 이의제기, 보수산정 기준 설명, 데이터 접근, 집단대표 같은 추가 권리를 붙일 수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지휘·감독과 조직편입이 강한 경우에는 기존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적용하면 된다.

핵심은 근로자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성만을 모든 보호의 유일한 관문으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노동법의 원래 질문은 사람에게 어떤 이름표를 붙일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노동을 조직하고 누가 그 조직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며 누가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는가에 가까웠다.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면 책임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새 통제양식에는 새 책임양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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