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법은 결대로 자른다

예외가 계속 생긴다면 경계를 다시 봐야 한다

시리즈 2/7 · 노동법과 제도설계

2026년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의 범위에 기존의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과 함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시켰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취지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공장 이전, 구조조정, 자동화 같은 경영결정이 노동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를 단순히 ‘경영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 밖에 둘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실 거의 모든 중요한 경영결정은 누군가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시점에서 기업이 가진 돈, 인력, 설비, 시간과 조직의 관심은 무한하지 않다. 한쪽에 더 배분하면 다른 쪽의 배분은 달라진다. 공장을 새로 짓든, 사업부를 합치든, AI를 도입하든, 외주를 늘리든, 조직을 옮기든 그 영향은 결국 업무량·배치·승진기회·임금·고용위험 등의 경로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향을 미치는가”만으로 경계를 그으면 너무 많은 것이 들어온다.

결국 다시 질문해야 한다.

경영결정 자체가 대상인가, 그 결과가 대상인가.
영향은 어느 정도로 직접적이어야 하는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변화는 언제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볼 것인가.
일반적인 전환배치와 구조조정을 수반한 전환배치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전인 2월 이미 확대된 노동쟁의 대상의 구체적 판단기준을 담은 해석지침을 냈고, 9월에는 다시 경영성과급과 사업경영상 결정에 관한 별도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노동부가 밝힌 목적 역시 현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 2월 지침) (고용노동부 9월 지침)

지침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은 반대다.

왜 하나의 경계를 그은 뒤 그 경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경계가 필요해지는가?

나무를 자른다고 생각해보자.

나무에는 줄기와 큰 가지, 작은 가지가 이어지는 구조가 있다. 그 결을 따라 자르면 비교적 분명한 단위가 나온다. 반대로 여러 가지를 가로질러 비스듬하게 자르면 잘린 단면마다 다시 무엇이 어디에 속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법의 분류도 비슷하다.

좋은 분류는 현실의 모든 예외를 정교하게 설명하는 분류가 아니다. 처음부터 예외가 적게 생기는 구조적 경계를 찾는 분류에 가깝다.

노사관계에서도 먼저 결정의 종류를 나누고, 각 종류에 정보제공·협의·교섭·공동결정·쟁의행위 같은 서로 다른 수준의 권리를 붙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경영결정과 근로조건의 관계를 단순한 ‘영향 여부’ 하나로 자르는 것보다 현실의 의사결정 구조에 더 가까운 접근일 수 있다.

법이 현실보다 단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순화에도 좋은 방향과 나쁜 방향이 있다.

예외가 계속 늘어난다면 현실이 지나치게 복잡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가 현실을 잘못된 결로 자르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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